19/06/26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가 우리 방 근처에서 들렸다.
눈을 살짝 떠서 해의 양을 보니 시간은 대략 새벽 5~6시로 추정된다.
옆에는 여자 친구가 피곤에 지쳐있었는지 아직은 깨지 않았다.
그 소음은 무척이나 컸으며 라틴계로 보이는 언어로 굉장히 격하게 싸우고 있었다.
부부싸움이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그들의 싸움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점점 목소리가 커져만 갔으며 응축되었던 서로에 대한 불만이 한 번에 다 터져버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급기야는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있었고 심지어 가구가 엎어지는듯한 굉장한 굉음도 들렸다.
짐작컨대 옷장 수준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때쯤에 여자 친구도 눈을 뜨게 되었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잘 수가 없는 소음 수준이었다.
아마도 우리 바로 옆방으로 추정된다.
잠시라도 소강상태 느낌이나면 '혹시 살인이 난 건 아닐까?' 하며 노심초사하기 일쑤였다.
계속적으로 문을 부수고 가구를 부수고 남자건 여자건 서로 자기 분에 못 이겨서 물건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은 약 20~40분 정도 계속되었고 남자가 마지막 즈음에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자는 그의 뒤통수에다 대고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다.
워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억양으로 보나 쓰임으로 보나
아마도...
'병신'
'미친놈'
'개새끼'
뭐 이정도 욕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더 이상 잠을 잘 수는 없었고 이 숙소에서는 더는 잘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이에 다른 숙소를 알아보았고 이주를 결심했다.
여자 친구는 며칠 전부터 숙소를 바꾸는 걸 원했으나 나는 금전적인 부분이 아깝기도 하고 또 옮기는 게 귀찮아서
그냥 지내려 했지만 이제는 나도 더 이상 참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고
오전에 떠날 채비를 하였다.
아침 식사를 할 때쯤 경찰이 온듯했고 부서진 가구를 치우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혹시나 우리 방을 두드려서 사건 경위나 뭐 이런 것들을 묻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상태였다.
우리는 최대한 인기척이 없는 듯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마치 피난민같이...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숙소로 피난을 왔고 그곳은 조금은 비싼 걸로 기억하지만 시설은 너무 좋았다.
에어컨은 기본이며 쾌적한 공간(약 50평 정도), 약간의 야경 등 매우 만족스러운 곳에 정착했다.
(...)
항상 숙소를 검색할 때 세부적인 사항까지 공을 들여가며 찾는 여자 친구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 굉장히 상호보완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이다.
비슷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것보다 다름에서 느끼는 매력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
짐들 다 풀어두고 우리는 인근 명소 프라하의 명동 정도쯤 되는 무스텍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것저것 보통의 시내 모습을 띄고 있는 곳이었고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다녔다.
이런저런 구경을 마치고 시원한 숙소로 들어온 우리는 시원하고 넓은 숙소에서 또 하루를 마무리했다.
진짜 시원하고 넓다.
(...)
다녔던 나라 중에 체코에서의 기억은 상당히 좋았다
특별할 건 없지만 물가가 저렴해서 마트에서 전혀 부담이 없었다.
체감 상으로는 우리나라의 2/3 수준?
도시의 분위기도 뭔가 편해 보였고 예스러움을 많이 갖춘 나라로 기억된다.
유럽을 한번 더 간다면 체코는 다시 한번 발길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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