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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여행

#23[프라하 / 체코] 체코의 마지막 날

by iDhoons 2020. 9. 7.

19/06/27

어느덧 체코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날인 오늘은
프라하 대표 명소의 하나인 프라하성, 까를교 등의 투어 계획을 세워두었다.
출발하기 전 우리는 빵과 수프로 배를 채우고 또 새로운 세상을 보러 갈 채비를 하였다.

(...)
수프는 여자 친구가 한국에서부터 쭉 갖고 다녔던 오뚜기 수프다.
시베리아 열차에서도 그렇고 참 요긴하게 간간히 먹고 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인스턴트였다.
(...)

사실 빵은 파리바게트가 더 맛있다.

언덕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프라하성까지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프라하성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입구 앞에 내린 나는 사실 조금 놀랐었다.
삐쭉삐쭉하게 솟아있는 구조물들의 위압감은 굉장했으며
목을 꺾어가며 올려봐야만 그 정상이 보일 정도로 높이가 높았다.
프라하성의 역사가 879년부터라고 하니
1000년도 전에 저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던 동로마 제국의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라하성(Pražský hrad)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 블타바 강의 서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성으로 프라하의 초기 역사부터 존재해 왔으며 프라하의 상징이자 체코의 상징이다. 체코의 왕들과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통치를 했으며 현재는 체코 공화국의 대통령 관저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프라하 성은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옛 성이다 [1]. 길이는 약 570 미터, 폭은 약 130 미터에 달한다. 프라하 성은 체코의 주요 관광명소 중 하나로 매년 약 18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색상도 거무튀튀한게 오싹할 정도
이런 분들 보면 한번씩 장난치고 싶은건 왜일까
약 1000년 전 작품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부도 분위기가 쎄하다.
유럽의 중세는 종교로 시작해서 종교로 끝나는듯
천사와 악마...라지만 천사 맞니?
하다하다 좀비까지 등장
분명히 그리스도인데 찝찝하네.. 기분 탓이겠지
좀비투어?를 마치고 겨우 빠져나옴.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살 것은 딱히 없었던듯
프라하는 주황색 지붕이 대다수이다. 뭔가 신기할 정도로 주황으로 뒤덮혀있는 도시다. 예쁘긴 하다

마치 어드벤처 같았던 성 투어를 마치고 내려가고 있을 그때...
우리는 큰 싸움을 하게 된다.
여자 친구는 프라하성의 스타벅스?를 꼭 가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근데 조금 내려오면 있을 줄 알았던 매장이 보이지 않자 
여자 친구는 다시 올라갈 기세를 보였다.
난 조금 당황했고 
그냥 가지 말자고 설득하려 했지만 그녀는 크게 실망한 듯 보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그녀의 화는 내가 진화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컸다...


(...)
아마 계획을 짰을 때 나에게 얘기했을 건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곳을 방문하는 게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조금만 그 장소의 중요성을 나에게 상기시켜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기억이다.
(...)

우리는 길거리에서 당장이라도 갈라설 것처럼 싸웠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
버스 안에 있는 사람
다들 지나가면서 쳐다보기 일쑤였다. 
침묵으로 서로의 화를 가라앉힌 우린 기분은 가라앉았지만 계획하던 일정은 소화해야만 했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해외여행 시 상대와의 다툼은 일반적인 다툼보다 해결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걸 이때 처음 진지하게 느꼈던 것 같다. 
화해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려면 서로 기분을 눌러야 한다.
적당히 풀린 상태도 아니고 화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싸우기 이전 기분으로 돌려놓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동시에 두 사람이 비슷한 수준의 기분 리듬을 만드는 것 
그 시간차를 기다리는 작업까지 필요하다
그녀의 기분을 올라오게 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그녀 기분이 올라오게 되면 
그제야 긴장이 풀린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시간에 대한 감정적 보상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 보상은 침묵이라는 차가운 모습을 띄게 되고
그에게 있어 그 침묵은 스스로 자정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그녀 입장에서는
그 침묵은 또 하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엇나가 버린다.

보통 이렇게 감정의 진폭이 맞지 않으면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선 모든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밖에 없고
굉장히 억지스러운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계속 누적되며 언젠가 다시 터져버릴 지뢰를 하나씩 쌓아두고 있게 되는 것이다.
며칠 동안 글을 수정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나 답은 찾지 못했다.
'그냥 네가 져주면 되지 않냐'
져준다는 것은 상당히 불완전한 해법이다.
또한 상대가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져준다는 건 쌓여간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다.
(...)

까를교까지 걸어가면서 어느 정도 기분은 풀려갔다.

여기라도 어떻게..
흑백...초점 안맞아도 느낌있네..
멀리서 보이는 카를
노점상들이 즐비해 있는 걸 보니 명소가 맞군.
아... 여기도 거무튀튀

오늘 저녁은 여자 친구가 알아본 유명한 T본 스테이크? 집을 가기로 했다.
싸우느라 힘이 많이 빠졌으니 아무래도 기분 전환도 필요했고...

주문이 좀 특이한 방식으로 기억된다.
유럽에서 먹었던 음식 중 손에 꼽음. 핵맛 존맛 이름은 모름.
오늘만큼은 한식이 먹고싶지 않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우린 숙소 앞 공원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그렇게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
유독 이 공원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평온해 보이고 여운이 남아있는 건 왜일까
하는 의문점을 붙여본다.
(...)

정면 건물은 우리 숙소.
흔들렸지만 좋아하는 사진 (도촬 아님)
도촬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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